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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우 동호

<남자의 소세지> #4. 오백 원 깎아주지 않아 미안하닭-

* 지금 굽고 있습니다. <남자의 소세지>

#4. 오백 원 깎아주지 않아 미안하닭-


- 지난 4월, 5월 두 달간, 길에서 소시지를 팔았다. 우리 가게의 이름은 <남자의 소세지>였다. 장사를 그만둔지 세 달이 지났다. 지금은 친구 혼자 <남자의 소세지>를 운영하고 있다. 이제와 그 때의 이야기를 꺼낸다. 장사를 하며 만났던 사람들의 이야기다.


- 장사를 할 때, 손님과의 거리는 1m. 이 사이에는 불판. 주문을 받은 소시지가 구워지는 시간 3분. 사람책이 시작되었다.


- 단골로 왔던 필리핀 친구가 있다. 그는 우리나라 여자분과 결혼해서 살고 있었다. 세 번 만났는데 두 번째는 아내 분과 함께였고, 처음 만난 날은 RC동호회 모임에 갔다가 돌아오는 길이었다. 우리 소시지가 자기네 고향 필리핀 세부 스타일이라고 했다. 우리 소시지를 보면 고향이 생각난다고 했다. 그는 자기 아내가 천사라고 했다. 세상에서 제일 예쁘다고. 제일 착하다고. 두 번째 아내 분과 함께 왔을 때도 똑같이 말했다. 담배를 끊는 대신 RC동호회 모임에 나갈 수 있는 외출권을 와이프에게 허락받았다고 했다.


- 젊은 친구들이 몰려온 날이 있다. 방위 사업체에 다니는 친구들이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막바로 취직을 했다고 했다. 5명 정도의 친구들이었는데, 키도 크고 잘생겼다. 길에서 마주쳤으면 무서웠을 것 같다. 한 친구에게 늙어 보인다고 하니 나머지 네 친구들이 순식간에 친구가 되었다. 혈기라는 게 이런 걸까 싶은 친구들이었다. 20살 나이에 취업 전선에 서있는 친구들이 대견했다.


- 어느 아버님은 딸과 함께 오셨는데. 젊은 사람이 길에서 장사를 한다고 걱정의 말씀을 해주셨다. 따님이 예뻤다. 다시 볼 수 없었다.


- 하루는 군복을 입은 친구가 왔다. 일병쯤으로 보였다. 휴가가 끝나서 귀대 중이라고. 군인시절 만났던 동생들이 생각났다. 오백 원이라도 깎아줄까 했는데 참았다. 대학에서 미술을 공부하는 친구였다. 군대에 와서 생각해봤는데 아무래도 전공을 바꿔야 겠다는 결심을 했다고 했다. 디자인이 좋아 미대를 갔지만 아무래도 돈이 너무 많이 들어서 포기해야 겠다고. 팔레트와 물감 같은 걸 사는 데만도 30만원이 든다고 했다. 오백 원을 깎아주지 않은 게 미안했다.


검암역 아라뱃길 맛집 남자의 소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