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방산시장과 광장시장을 가다. 을지로 4가, 종로 4가, 청계천 주변도 쏘다니다. 첫 추위가 온 날을 잘도 골라잡았다. 아크릴집, 화공약품집, 장판집,<피에타>에 나오던 풍경이다. 여러 곳을 헤메며 안료와 왁스를 샀다. 가게 주인들은 모두 하나같이 친절했다. 향료를 만진 손에서는 하루종일 좋은 향이 난다.
2. 친구와 영화에 대해 이야기하다. 친구는 <가장 따뜻한 색 블루>를 최근에 보고 무척 깊은 감명을 받았다고 했다. 언젠가 나는 <로렌스 애니웨이>, <가장 따뜻한 색 블루>, <몽상가들>을 엮어서 하나의 감상문으로 써볼 생각을 했다. 셋은 모두 프랑스 영화이자 참말로 아름다운 작품들이다. 셋은 각각 衣, 食, 宙를 가지고 메시지를 던졌다. 인간의 기본 조건이 격정적인 이야기들-'나'로 '타인'과 살아가기, '다름', '성장', 무엇보다 '사랑'-을 담는다. 재미있는 비교가 될 것 같았다. 하지만 역시 게으름덕에 앞으로도 쓰지 않겠지.
최근에 내가 본 <액트 오브 킬링> 이야기까지 흘렀다. 인간의 악마성에 대한 이야기였다. 둘다 읽은 <불황 10년>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 친구는 요즘 다녀온 으리으리한 결혼식 이야기, 지금 겪고 있는 진로에 대한 (매우 진지하고 어려운) 고민들, 그리고 그것들과 비교되는 <액트 오브 킬링>, <불황 10년>에 대해 말했다. 친구는 "우리가 이런 얘기들을 나누고 고민하고 괴로워한다 해도 내 결혼, 내 진로에 영향을 미칠 것도 없는데 이런 게 무슨 의미일까 하는 생각을 하게된다"라고 했다. 아, 사회-정치적 무관심이라는 단어는 얼마나 사치스러운가!
3. <자꾸 생각나>라는 웹툰을 보다. 굉장히 현실적이다. 제목처럼 자꾸 생각난다. 홍상수 영화가 떠오른다. 내 주변의 사람들도. 마음이 아릿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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