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김훈: "이 세상이 우리에게 보여주는 모든 먹이 속에는 낚싯바늘이 들어 있다. 우리는 먹이를 무는 순간에 낚싯바늘을 동시에 물게 된다. 낚시를 발려먹고 먹이만을 집어먹을 수는 없다. 세상은 그렇게 어수룩한 곳이 아니다. 낚싯바늘을 물면 어떻게 되는가. 입천장이 꿰여져서 끌려가게 된다. 이 끌려감의 비극성을 또한 알고, 그 비극과 더불어 명랑해야 하는 것이 사내의 길이다. 돈과 밥과 지엄함을 알라. 그것을 알면 사내의 삶의 가장 중요한 부분을 아는 것이고, 이걸 모르면 영원한 미성년자다. 돈과 밥을 위해서, 돈과 밥으로 더불어 삶은 정당해야 한다."
2. 김훈2: "논리적인 신음이란 없다. 아픔은 언어화되지 않는다. 다만 쑤실 뿐이다."
3. 내 찌질함에 기꺼이 편을 들어주는 이 사람들이 없었다면 내 인생은 얼마나 더 미저리스러웠을라나. 오늘도 빚진다.
4. 카페림보를 읽다(보다?). 늘 보고싶어했던 그래픽노블이었다. 일민미술관 서점에서 잠시 읽고는 사야겠다고 결심했다. 예정에 없던 속초 가는 날 친구 선물과 더불어 결제했다. '바퀴벌레 족'에 대항해 오직 '나'로 살아가고자 하는 림보족의 사투가 그 내용이다. 이렇게 써놓으니 마치 SF같은데, 우리사회 얘기다. 그림은 멋지다-정말로 멋지다. 흑백 그림체도 좋고, 각 장마다 어마어마한 수고를 들였을 것 같은 배치 역시 대단하다. 내용은 왜인지 유치하게 느껴진다. '중2병' 앓던 나의 '대2'시절이 생각났다.
5. 이태원 근처에서 한 옥외광고를 보다. 대학생처럼 보이는 한 여자의 얼굴이 확대된 광고였는데, 문구가 '지하철 타고 다니고 싶다'류 였다. 알고보니 재수학원 광고였다. (자신은 지금 그렇지 않지만) 서울에 있는 대학을 다니고 싶다는 게 요지다. 나는 이 광고의 어마어마한 폭력성에 놀랐다. '대학 서열화'가 '서울이 다른 지역에 비해 갖는 우월적 지위'와 함께 버무려진 문구로 받아들여졌다. 문득 고등학교 때 급훈이 생각난다: '2호선 타고 대학 다니자'. 당시에는 선생님이 참 재치있는 분이라고 생각했었더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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