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숭숭한 밤
1. <버드맨>을 보다. 근래 본 영화 중 최고의 작품. 연출, 음악, 연기, 대사 뭐 하나 뺴놓을 수 없지만, 영화의 메시지가 대단하다-대단히 진부하고, 대단히 우울하며, 대단히 진실되다. 이 영화는 프렉탈 구조로 되어있다. 모든 에피소드들에서 메시지가 반복된다: "사람은 무엇으로 존재하는가?" 삶이라는 이 거대한 연극은 '내가 존재함'을 끝없이 '입증'하도록 요구한다. 우리는 우리의 존재를 입증해줄 상대-관객 없이는 존재하지 않는다. 입증되지 않을거란 불안은 성공의 욕구 내지는 광기로 나타난다. 그런데, 그 입증 끝에 무엇이 있는가? 입증되어 행복한가? 그것이 내가 원하던 것인가? 나 그리고 나의 삶은 '입증'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가? 입증하라는 이 요구를 거절한다는 것은 곧 죽음(자살)을 의미한다. 진절머리나는 삶을 중단하든가, 끝없이 입증하라는 삶의 요구에 굴복하든가. 그리고 인류의 이 모든 고뇌와 광기, 죽음마저도 우주 속의 휴지 한조각에 불과하다.
2. 우울한 꿈을 꾸다. 일면식만 있을 뿐인 어떤 사람이 꿈에 나오다. 우리는 나란히 자동차 뒷자석에 앉아 도로를 지나고 있었다. 창문 밖으로 목을 내민 그 사람이 철사(?)에 깔끔하게 목이 베였다. 나는 울며불며 병원을 찾는데 다른 사람들은 크게 놀라지도 않았다. 그 사람은 머리와 몸통을 연결하는 수술을 받았다. 나는 병실에 찾아갔다. 스마트하고 잘생겼던 청년은 어눌한 병자가 되었다. 이상하게도 크나큰 죄책감을 느꼈다. 나는 그를 붙잡고 한참이나 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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