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몇 개월만에 만난 친구. 레오나르도 다빈치와 개똥철학에 대해 이야기하다. 나는 요즘의 생활이 재미있어서, 지원해놓은 대학원에 대한 결과에 개의치 않겠다고 했다. 친구는 이제는 더 이상 르네상스 시대가 아니라고 하면서, 개똥철학을 철학으로 만들어 주는 것이 대학원 그리고 교수의 가이드가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멋진 놈.
2. 그 친구에게 최근의 직장 일에 대해 물었다. 대화 중간에 나는 "성취가 있어?"라고 물었는데, 친구는 "성추행이 있어?"라고 들었다. 자신을 포함한 남자 직원들의 엉덩이를 관찰하는 한 아주머니에 대한 이야길 듣게 되었다.
3. 연극을 보다. 주변에서는 좋다고 했으나 나는 별로였다. 미국에 대한 훌륭한 은유인 것은 알았지만, 그래서 뭐? 한국에 있는 나는 무엇을 느껴야 할지 혼란스러웠다. 두시간동안 소리치는 사람들이 마치 아침드라마의 주인공들 같다고 생각했다. 감독으로 나온 배우에게 바쳐지는 화환들이 복도에 늘어서있었다. 어쩐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술주정뱅이 역할에 감정이입을 했다.
4. 아주 오랜만에 사치스러움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었다. 나는 돈이 없다. 그러나 언젠가 친구들에게 전했듯, 나는 바질이나 라벤더 오일, 꼼꼼하게 짜여진 자수 같은 물건들이 주는, '생존'과는 관계없지만 기분을 좋게하는 물건들이 인생에 가끔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특히 그것이 생일선물로서는 더없이 탁월하다고. 생일을 맞은 두 지인을 위해, 아주 약간 사치스러운 물건들-예쁜 비누, 핸드크림, 향기롭지만 이유를 알 수 없을 정도로 비싼 바디워시 같은 것들-을 구경했다. 직원은 그 조그만 가게에서 무려 20분동안이나 나의 질문에 친절히 대답해주었다. 그는 나가는 길에 크리스마스 선물세트를 소개하는 책자를 쥐어주었다. 나는 선물 대신 친절과 사치스러운 기분을 산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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